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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발견

책소개 _ 아동문학 발견

우리는 왜 만화에 폭 빠지는 걸까요?


그림1 원시시대 동굴벽화

만화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만화의 탄생을 이야기하려면, 우리는 기원전 3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 당시에 우리 조상으로 크로마뇽인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원시인들은 추위와 더위를 피해서 동굴에서 살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자연과 신을 경배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일상을 기록하기 위해서 동굴 벽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것이 동굴벽화입니다. 이 벽화가 바로 만화의 조상입니다. 프랑스 남부의 라스코 동굴벽화와 쇼베 동굴벽화, 스페인 북부에 있는 알타미라 동굴벽화가 그것입니다. 이 동굴벽화에 그려진 소, 말 등의 가축 그림이 인간이 글보다 먼저 터득한 소통 문자인 셈이죠.
여기서 재미난 점은 당시 원시인들이 이 동굴벽화에 소나 말 등을 그리면서 동굴 벽면의 굴곡을 적극 활용하여 그렸다는 겁니다. 그렇게 그려진 동물들의 움직임은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죠. 심지어 르네상스에나 볼 수 있었던 원근법과, 20세기 미래주의 화가들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 기법(여러 개의 다리를 그려 마치 달리는 표현을 함)을 활용하기도 했으니, 정말 대단한 조상님들이죠.
그리스 로마시대에는 집안 벽이나, 신전, 도자기, 카펫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중세시대에는 양피지, 소가죽 등에 성경구절과 그림을 그려서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알게 했습니다. 이 그림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예수님, 성모 마리아, 악마 등이 그려졌습니다. 그러다 중세 후반에 중국과 페르시아를 거쳐서 유럽에 종이가 전파되면서, 인쇄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지금 책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그림2 루돌프 퇴퍼의 만화

지금 우리가 보는 만화는 칸, 말풍선, 글, 그림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처럼 만화의 형태가 만들어진 것은 세월이 한참 흘러서 1837년에 스위스의 한 고등학교 선생이었던 루돌프 퇴퍼 덕분입니다. 그는 수업을 지루해 하는 학생들에게 재미난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만화 <브와브 씨의 이야기>를 창작했습니다(그때도 수업은 재미없었나 봅니다). 이 만화에는 칸과 대사, 그리고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렇게 최초의 만화가가 등장한 셈이죠.
그러다 1895년 미국 뉴욕의 신문 <뉴욕 월드> 일요판에 만화가 리처드 펠튼 아웃코트가 노란 옷을 입은 꼬마 주인공 ‘옐로 키드’에 대한 만화를 연재하였으며, 1928년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에 지금의 인기 캐릭터 ‘미키 마우스’를 등장시키면서 본격적으로 만화가 인기를 얻게 됩니다.
지금 한국에서 만화는 웹툰으로 불립니다. 이젠 만화라는 말보다 웹툰이라는 말이 더 익숙합니다. 초등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웹툰 작가일 정도로 웹툰의 인기는 대단합니다. 사실 웹툰은 2003년 포털사이트 다음에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가 연재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지금 웹툰 작품이 8,000편이 넘고 작가도 4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만큼 웹툰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대중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만화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린 만화를 보다보면 만화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 만화는 이차원 평면(만화용지) 위 그것도 칸들 속에 갇혀 있는 그림입니다. 그럼에도 만화 속 인물과 사물 들은 움직이고 심지어 소리까지 뿜어냅니다. 또한 칸과 칸을 읽어가다 보면 우리는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인지능력 가운데 잔상효과와 연상효과 덕분입니다.
잔상효과는 이전의 이미지를 기억하여 다음 이미지와 연관 지어 인식하는 인지능력입니다. 다시 말해, 분명 칸과 칸 사이는 떨어져 있음에도 이전 칸의 이미지를 기억한 상태에서 다음 칸의 이미지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치 분리된 칸들이지만 마치 연속적인 이야기로 쭉 읽어낼 수 있습니다.
한편 연상효과는 단순한 그림을 보고도 사실적인 사물로 인식하는 인지효과입니다. 가령, 아이들이나 원시인들이 그린 동물은 단조롭고 조악하게 보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이것이 어떤 동물인지 금세 알아차립니다. 결국 사물의 기본 형태만으로도 사실적인 사물로 인식하는 겁니다. 이것을 만화에서는 도상화라고 하는데, 단순화 된 그림을 사물의 사실적인 형태로 표현하는 기법입니다. 이 두 효과가 만화의 첫 번째 매력입니다.
그럼 만화의 두 번째 매력은 무엇일까요? 만화의 첫 번째 매력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분명 만화는 평면 그림임에도 움직입니다. 또한 만화 속 인물과 사물 들이 각자 소리를 낸다는 겁니다. 말풍선, 동작선, 의성어, 의태어라는 효과를 통해서 우리는 만화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말풍선에는 대사가 들어갑니다. 동작선, 의성어, 의태어를 통해서 움직임의 강약에 대한 정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동작선, 의성어, 의태어가 거칠게 표현되면 인물이나 사물의 움직임도 거칠고 격렬하게 느껴집니다. 이것을 만화기호 심리학이라 합니다.
이처럼 만화는 다양한 기호들로 표현됩니다. 우??물의 심리상태까지 느끼게 됩니다. 재미난 점은 이러한 만화기호를 교육을 통해 학습하면서 배우게 아닙니다. 직관력처럼 만화를 보면서 직접적으로 인지합니다. 그래서 글을 모르는 아이들도 만화를 보면서 울고 웃을 수 있는 겁니다.

그림3 네이버 웹툰


만화의 세 번째 매력은 단연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잠깐 만화란 무엇인가, 라는 정의를 살펴볼까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만화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그림, 글, 칸, 그리고 이야기입니다. 이걸 조합해 볼게요. ‘만화는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져 칸으로 표현된 이야기’입니다. 만화는 연속적인 칸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결국 우리 는 만화를 보면서 이야기의 신세계로 빠집니다. 그 소재는 무궁무진합니다. 판타지, 학교, 친구, 여행, 역사, 한자, 액션, 로봇, 소설, 신화 등등. 이처럼 무궁무진한 소재는 만화를 여러 권의 시리즈로 만들어 이야기의 생명력과 상상력을 키워줍니다.

만화의 재미에는 뭐가 있나요?

만화의 매력을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을 빼먹었네요. 그게 뭘까요? 바로 재미입니다. 영화, 문학, 게임과 함께 만화는 대중문화 콘텐츠입니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기본 요건은 대중에게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것은 어린이들 위한 것이든 어른을 위한 것이든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런데 대체 재미가 뭘까요? 아니, 우리 는 만화에서 어떤 재미를 느낄까요? 간략하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선 웃음입니다. 만화 이야기의 황당함, 반전 등이 아이들을 웃게 만듭니다. 웃게 만드는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아이들은 표현합니다. 그 다음은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입니다. 만화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나옵니다. 영웅, 우주, 외계인 등입니다. 이처럼 비현실적인 캐릭터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면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이것이 만화의 재미입니다.

그림 4 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


그 다음은 바로 지식과 교양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 <마법천자문> 그리고 <먼나라 이웃나라>입니다. 이들 만화는 각 15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보이면서 한국만화사의 경의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들 만화의 성공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물론, 신화, 한자, 여행과 역사라는 독특한 소재 덕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 우린 이 소재들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공통 키워드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교양입니다. 다시 말해, 만화로 교양하라는 것이죠.
이제 글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일본과 미국, 프랑스의 만화 독자층은 그림을 볼 줄 아는 나이 7세부터 80세까지입니다. 얼만 전까지 우리는 좀 달랐습니다. 서른을 넘긴 사람이 지하철에서 만화를 보면 어린애나 백수 취급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웹툰 전성시대인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감상하고 즐깁니다. 스마트폰이 이제 만화방인 된 셈입니다. 이제 웹툰(만화)은 종합예술 가운데 으뜸이며 행복한 오락입니다.



박세현 경기대학교 외래교수
만화이론가로 저서로는 <캐리커처의 역사>, <만화가 사랑한 미술>, <미술 속 만화 만화 속 미술>, <비어즐리 또는 세기말의 풍경>, <만화로 교양하라>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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