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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택(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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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_ 아동문학 발견

모정(母情) 담은 동시를 주로 쓴 50년대 대표 시인

이정석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



이종택(李鍾澤 1927~1987)은 최계락, 이종기와 함께 삼가 동시인(三家 童詩人) 으로 칭하는, 195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는 1927년 경북 경산에서 출생, 청구대학(현 영남대학교)을 중퇴한 후 초등학교, 중학교 교사를 거쳐 교육지 ≪형설≫(1951)과 종합지 ≪한국공론≫(1952) 등의 기자로 근무했다. 첫 동시「오포소리」(1943)을 발표한 이래 1950년대에는 ≪소년세계≫, ≪새벗≫등에 다수의 동시와 동요를 발표했다. 1959년 부산에서 신문 기자, 1963년 서울에서 ≪스크린≫ 지 기자를 하면서 문학 창작활동을 중단하였다. 그 대신 시나리오 집필과 영화 제작에 전념하여 대한프로덕션 대표로 있으면서 극작가 겸 영화 연출가로 활동했다. 그의 저서로는 등사판 동시집『별똥별』(1947)과 제1동시집『사과와 어머니』(1949)부터 『새싹의 노래』(1956), 『바다와 어머니』(1959), 동시선집『누가 그랬을까』(1982)이 있으며, 「죽은 자와 산 자」를 비롯해 장편 영화 시나리오 100여 편을 남겼다. 1987년 그가 타계한 후 2015년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11명의 동시인들의 작품집인 한국동시문학선집 대상에 뽑혀『이종택 동시선집』이 출간되었다.

1950년대의 아동문학은 6.25 전쟁 중 엄청난 인명 피해와 국토 파괴 그리고 전후(戰後)의 사회 혼란 등으로 아동문학 작품의 질적 저하 현상, 오락적이고 흥미 위주의 상업주의 문학이 범람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동화 등 산문 문학은 통속화 물결 속에서 급속한 양적 팽창을 하였으나 동시 등 운문 문학은 위축되고 침체되는 현상이 매우 두드러졌다. 전 시대에 뛰어난 동시를 발표한 박영종은 일반 시로 방향을 바꾸었고, 순수, 본격화에 앞장선 이원수, 김영일 등은 동화나 소년소설 등 산문 문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시대부터 활동한 윤석중, 윤복진, 한정동, 강소천, 박경종, 박홍근 등 중요 동시인들은 순수 동시, 동요 창작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런 통속적 상업주의 문학의 와중 속에서 본격문학에로의 지향을 버리지 않고 발전적 문학관의 맥락을 잇게 해준 장본인, 60년대의 본격문학을 형성케 하는데 교량적 구실을 다한 동시인들이 바로 최계락, 이종기, 이종택 등 삼가동시인이다.(이재철,『한국현대아동문학사』,1978) 이들 중 이종택은 윤석중의 정형 동시와 이원수의 자유 동시를 변증법적으로 통일 지향하여 주체적으로 개성있는 동시를 구축한 인물(조두섭,「이종택론」,『한국아동문학 작가 작품론』,1991)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주로 회화적 수법과 외재율의 구사에 의한 소박하고 향토적인 소재를 즐겨 다루어 간결한 형식에 모정을 담은 시 등을 창작하였다.

그(=이종택)의 시작 태도는 시 자체의 예술이나 순수성보다 동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설정에 영향을 주어 동시를 읽히는 동시로 정착하게 하는데 상당히 기여하였다. 그는 문학 자체의 예술성을 옹호하거나 문학의 발전을 위한다는 데에는 거의 외면하고 오로지 개인적인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문학 활동을 지속하였다.(이재철,『세계아동문학사전』, 1989)

이재철은 이종택을 ‘읽히는 동시로 정착하는데 상당히 기여’ 한, 즉 60년대 순수 본격 동시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 인물이라면서 어머니의 사랑을 동심의 고향으로 보고, 근원적 모정을 찾아 노래하는 ‘개인적인 정서적 욕구’ 를 위해 동시 창작 활동을 하였다고 평했다.

이종택의 작품에는 그가 지향한 문학세계의 구심점인 어머니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이정석,「이종택 동시선집에 나타난 1960년대 전후의 가족의식 비교」,『한국아동문학연구』13호. 2007) 어쩌면 그는 평생 동시 작품 속에 진한 가족애나 절대적인 모정을 담아 진실한 행복을 추구하였는지 모른다. 조두섭도 이종택의 동시문학을 원심지향의 축 바다와 구심지향의 축 어머니가 함께 한 행복의 공간이라고 정리하고 어머니의 존재를 그의 동시세계의 한 축으로 놓았다. 이종택이 동시선집『누가 그랬을까』의 머리글에서 마무리 진술하고 있다는 것도 그의 어머니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오늘 밤 어쩜 어머니를 만나 보는 꿈을 꿀 것 같다. 나에게 일찍이 동심의 시를 일깨워 주신, 지금은 이 세상에 아니 계시는 나의 어머니와 만나 보는 흐뭇한 꿈을……

이종택의 대표적인 동시 몇 편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문학세계와 그의 동시문학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세상에
제일 큰
내 소원 하나가

“엄마야
엄마야
엄만 늙지마”

-「소원」전문-


「소원」은 모정을 간절히 담은 간결한 형식의 작품이다. 어느 자식인들 어머니가 늙어가는 것을 바라고 있겠는가. 자식의 가장 큰 소원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의 2연 마지막 행 ‘엄만 늙지마’에서 시어 ‘엄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의 엄마만큼은 늙어서는 안된다는 말투 속에는 특별한 어머니의 사랑만큼 불로장생, 무한의 생명력을 부여하고 싶다는 자식의 갈망이 들어있다. 미켈란젤로 작품 피에타의 마리아 모습도 매우 젊게 조각되어 있다. 누군가 왜 젊게 조각하였느냐고 물었을 때 미켈란젤로는 정숙한 여인은 늙지 않는다고 했다. 이 말 속에는 영적이고, 절대적 존재인 어머니이기에 젊은 모습으로 표현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아버지께
꾸지람 듣고

뒤안길에 나와서
몰래 운다.

어둠 속에서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는
아, 엄마 목소리!

대답을 할까
말까
울음이 더 난다.

가까운 풀숲에선
풀벌레들도
섧게 섧게 운다

-「엄마 목소리」전문-


「엄마 목소리」는 가만히 들리는 정감어린 엄마 목소리 속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는 작품이다. 엄부자모(嚴父慈母)라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정교육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풀숲에서 우는 풀벌레 소리를 끌어와 시적화자의 북받치는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감정이입을 활용한 50년대 참신한 시적 형상화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께서 집에 오시자
맨 처음 하시는 일이
양말을 벗어
목욕탕에 던지시는 일이다.

그런데 오늘 따라
일찍 집에 오신 아버지는
양말도 안 벗으시고
낮잠을 주무신다.

스르르 감으셨다 뜨셨다 하는
아버지의 힘없는 눈빛!

참 피곤하신 모습이다.
이때, 파리 한 마리
아버지의 얼굴 위를 맴돈다.

나는 몇 번 손으로 쫓다가
살며시 방문을 열고
그 파리를 데리고
청마루로 나간다.

-「파리 한 마리」전문-


이종택의 60년대 이후 발표한 작품으로「파리 한 마리」에서 가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있는, 고단한 아버지의 모습을 매우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운문 형태로 나열한, 평범하게 보이는 작품으로 보이지만 파리를 내쫓는 어린 시적화자의 모습에서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찾을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따뜻한 동심이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다. 5연의 ‘그 파리를 데리고’ 에서 드러난 파리의 순응적 이동은 효성스런 시적화자의 태도에 대한 감동적인 응답이 아닐까.

바스락바스락……

달빛 아롱지는
옥수수 울타리에
바람이 스친다.

멍석 깐
마당 가엔
모깃불 냄새,

귀뚜리가 어느새
섬돌에서 운다.

고요한 마을 저녁
어디선가 갓난아이
울음소리.

산밑 마을의
밤 개가 짖는가.

-「마을 저녁」전문-


이종택의 작품에는 가족에 관련된 작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마을 저녁」을 보면 시각, 청각, 후각 등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늦여름의 시골마을 저녁의 정취를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그는 이런 향토색이 짙은 작품도 꽤 많이 창작하였다.

1950년대 대표 동시인인 이종택은 특이한 점 세 가지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50년대 정형동시파와 자유동시파의 심각한 대립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문학세계를 구축하였다는 점, 다른 하나는 그가 탐구한 동시의 근원적 주제는 모성이었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60년 이후에는 아동문학계를 아예 떠났다는 점이다. 이종택은 참신한 시적 형상화, 감각과 이미지 등을 갖춘 작품을 써서 60년대 본격동시의 시대를 여는 데 이바지한 시인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정석

동시인, 아동문학평론가로서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1983년《소년중앙》문학상에 동시 당선, 1996년《무등일보》신춘문예에 시 당선, 1997년《아동문학평론》아동문학평론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책 범벅 꽃 범벅』,『이정석 동시선집』등 동시집 5권이 있으며,『생태주의 아동문학의 해학의 동심』,『현대동시의 특성과 기법』등 아동문학평론집 2권이 있습니다. 한국불교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전라남도문화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현재《별밭》동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 외부 집필진의 글은 본 웹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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